책
이밥은 ‘책이 밥’이라는 뜻입니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책이 밥처럼 생명을 지탱해주는 근간이 된다는 회사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야기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그 뒤에는 남다른 손녀 사랑을 보여주신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가 무남독녀 셔서 외할머니의 손자· 손녀 사랑은 지극하셨습니다. 특히 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습니다. 내가 학업을 위해 상경하게 되자 식사를 챙겨주시겠다고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실 정도셨습니다. 늘 큰 사랑을 주셨던 할머니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 때 여성사 기말 페이퍼를 쓰려고 할머니를 인터뷰했습니다. 할머니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직장생활을 바랐던 그가 혼인과 동시에 굴곡진 삶을 살았다는 것도 이야기하셨습니다. 결혼 3년 만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답답하고 고단했던 시집을 떠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셨지만, 짧았던 결혼생활을 ‘감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외할머니의 독립적인 성향을 잘 알던 나도 할머니가 1930년대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해외여행을 꿈꿨던 소녀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하길 바랐던 신여성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2013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고통 없이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는 바람대로, 하나님은 어느 날 갑자기 그를 부르셨습니다. 3일 장을 마치고 엄마와 함께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미처 말하지 못한 할머니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에 대해 알 길이 없구나 서글퍼졌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의 삶을 책으로 엮어 “우리 외할머니는 이런 분이셨어.” 대대손손 알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책이밥은 외할머니로 시작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엮는 일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80 평생 살아온 인간의 삶이 곧 역사라는 말이겠지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여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미약하지만 첫 걸음을 뗍니다.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